여러분 인정? 무슨 소리냐면 책 중엔 특히 자기 계발서 같은 경우 자기를 진단하거나 아니면 어떤 기술을 연습하는 세션일 때, 다 합쳐 몇 페이지 정도는 질문에 맞게 답을 책에다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2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결과 책에 모두 100프로 채우지 않는다고 답변을 했다. 그래서 설문조사의 결과를 믿으며 아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 부분을 번거롭게 여기거나 귀찮다고 패스할 것이라 생각한다(일단 조사한 그 두 사람은 나와 지인이긴 하지만(?)).
서점에서 첫 부분을 읽어보고 좋다고 책을 사고 웬걸? 점점 넘기다 보니 절반이 빈칸이 있음을 알아차릴 때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도중에 줄 쳐가며 옆에 낙서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반대로 책에 이런 많은 빈칸에 대해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고 나의 글씨로 연습하고 채워진 책에는 내 흔적이 남아 내 것이란 애착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을 내는 쪽에서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좀 더 생각해 보자면 빈칸을 너무 많이 내면 저자는 부족한 콘텐츠를 마치 연습하라는 것처럼 포장하고 책이 두꺼워지게끔 만드는 착시효과를 만들 수 있다.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튼 책의 내용이 충분히 실어있지 않는 이상 중간중간 빈칸은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느낌마저 든다. 자기 계발서말고도힐링이나심리학서적들도간간히그런연습하는공간을 할애한다.
내 생각에는 차라리 중간에 몇 줄 정도만 할애해서 "당신이 이 기술을 연습하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에 필기구와 본인만의 노트를 준비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오히려 연습시킬 기술에 대해 더 자세한 서술이 들어가는 게 나을 듯한 아쉬움이 남는 책들도 있다. "책에 직접 써서 이 책은 진짜 나만의 책이야!"라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독자의 자유를 해치는 빈칸 때문에 귀찮은 책 혹은 내용이 좋음에도 처음 보기에는 대충 만든 책이구나라는 착각도 들 수 있다.
쓰다 보니 생각 난 건데, 도서관 장기대출 방어이자 직접 구입 증진용(?)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대출하고 반납하고를 반복하는 도서관에서 다른 이가 연습한 책을 보기에는 지저분하다고 생각하고, 연습하고 싶은 사람은 내 이야기나 내 생각을 들키기 때문에, 또 낙서하듯 하면 에티켓을 어길 수 있기 때문에계속 빈칸으로만 남는 책으로 비치될 확률이 높다.물론 그 빈 칸을 자신의 노트로 옮겨 담아 쓸 수는 있지만 차라리 그럴 바엔 서술 한대로 빈칸을 없애든 줄이든 따로 할애해서 준비물을 만들게 끔 권고하는 게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