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플러스 어린이 날이다. 개신교인이자 어른이라 아무것도 없이 억울하게 쉬는 날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가끔 사찰을 가서 고즈넉한 풍경을 보며 아름다운 탱화와 불상을 바라보며 그 나름대로 힐링이 되는 면이 있었는 데 여하튼 오늘은 가족과 외식하러 나갔다 온 것 밖에 스토리가 없다. 그렇다고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부처님 오신 날을 그냥 지나 보낼 수 없는 바! 붓다는 무엇을 남겼을 까?
붓다, 즉 부처는 고타마 싯다르타, 우리말로 석가모니 부처님만을 가리키는 명칭이 아니다. 부처는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해탈한 자를 뜻하며, 이론 상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즉 부처는 신격화된 어떤 인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의 명칭은 보편적으로 부처하면 창시자 석가모니를 생각하게 되니 그리 부르고 있다. 이전에 석가모니를 다룬 적이 있듯이 석가모니는 자신을 신이라 주장한 적도 없고 신이 되고 싶지 않아 했다.
아니 그런데 불교의 가르침이나 스토리들 중 마라 파피야스라는 마신을 이겨내는 스토리나 인간이 전생에 잘못한 것을 합산하여 몇 층 지옥으로 떨어지는 설정은 대체 무엇인가? 이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후대의 창작이다. 석가모니는 부귀영화의 왕자의 자리를 털어버리고 출가했다. 여러 생로병사의 현장과 중생들의 고통을 지켜보며 자신 또한 고행으로 그것들을 이겨내기 위한 진리 탐구의 여정을 떠난 것이다.
몇 년이 지나고 굳이 고행을 하지 않아도 일반적인 육체와 정신으로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면서 마침내 그는 부처로 거듭나며 열반할 때까지 열 명의 제자들과 함께 가르침을 설파한다. 그리고 그는 뒤에 이을 후계자를 선정하지 않으며"스스로 등불이 되어 거기에 의지하며 나아가라"라는 혁명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이는 자신을 비롯한 그 누구도 신격화하지 않았고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물론 자비하신 석가모니는 돌아가셨지만, 남은 제자들과 무수한 불교 입문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그의 가르침을 계속 유지시킬 사람은 당연히도 현실적으로 필요했다. 기독교에서 몇 차례 공의회를 열면서 성경과 교리에 대해서 논박하는 시간을 가졌듯이 몇십 년 몇백 년 간 시간을 가지면서 제자들이 모여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글로 담아내었다. 초창기의 불교의 모습과 지금의 불교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교단을 유지하기 위해 교리와 조직이 유동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또한 포교하는 지역민심에 반응하여 상당히 기복신앙적이며 귀신이 나오고 현실적인 석가모니 가르침과 동떨어진 설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팔정도를 이야기하면 과연 누가 쉽게 이해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