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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인문] 오늘은 잔 다르크 대신에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이십 이 번째

 

 

잔다르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찰나, 시선이 불가리아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 인물을 알게 된 경위는 우연히 구글링 하다가 알게 되었고 세계 곳곳에는 구국의 영웅이 있으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지 모를 신비로운 인물도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 독특한 인물들 중 잔 다르크가 1순위였는데 불가리아의 이바일로가 눈에 들어와 먼저 써보려고 한다. 그가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돼지치기"였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불가리아의 명군 시메온 대제는 최초의 "차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인물이고 동로마제국을 조종하다시피 할 정도로, 불가리아 제국으로 전성기를 맞이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후에 몽골의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불가리아의 영광은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며 산산조각 나버렸다. 제3의 로마라고 자부심 넘치던 불가리아 인들은 몽골에게 식민지화되었고 집에 있는 수저까지 뜯길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귀족들과 황실이 신민들을 보살피기는커녕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제 살길 찾는 것이 눈에 보이자 민중의 분노가 점차 가중되었다. 돼지들을 이끌고 다니던 이바일로라는 농민은 그가 갑자기 주변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받았다 주장하며 떠들고 다니기 시작하는 것이다. 불가리아는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에 이어서 유일한 기독교 총대주교 직책이 있던 나라였고 제 3의 로마라는 칭호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보편적인 신심이 자리 잡혔던 터라 중세시절을 감안하면 그가 신의 계시를 받아 작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리라는 선언은 혼란하던 민중 사이에서 먹혀 들어갔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목숨이 왔다 갔다 했을 테지만 그만큼 어렵고 피폐했는지 어느새 그의 뜻에 따라 민병대가 조직되었고 농민 반란이 일어난다. 지역 곳곳에서 야금야금 털어먹고 있던 몽골군을 섬멸하고 아예 수도를 점령하고 황실을 뒤집어 엎어버린다.

 

속전속결과 게릴라, 그리고 선제타격으로 놀라울 정도 몽골군과 불가리아 황실군을 몰아낸 이바일로는 차르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몽골을 물리치면서 민심을 어느새 사로잡았고 그가 계시받은 것을 마치 이루어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몽골이 계속 물량공세를 시도했고, 내부에선 귀족들이 반발하여 동로마제국과 합심, 군사를 이끌고 이바일로의 불가리아를 치게 된다. 양면 전쟁을 버티다, 길어진 전쟁에 민심이 점차 다시 악화되고 이바일로는 몽골에 도움을 청하려 하다가 동로마제국에 암살 당하고 만다.

 

돼지치기였다 신비로운 종교적 체험을 주장하며, 하루 아침에 전설적인 몽골군을 농민들을 모아 물리치고 차르의 자리까지 올랐던 그를 동유럽의 잔 다르크, 혹은 남자 잔 다르크라고 생각해본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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