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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일상 주제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육십 육 번째

 

 

 

 오늘도 독서회를 진행하면서 각자 가지고 온 여러 책들이 눈에 띄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부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까지. 일상에서 읽고 온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흥미 없어했던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점이다. 또 그만큼 얼마나 협소하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지평의 확장을 마련해주기도 한 것 같다.

 

 

 

 

가끔은 "똑같은 주제를 다시 이야기하는 거 같아서 좀 그런데"라고 겹치는 주제가 이미 튀어나오면 본인 주제에 대해 걱정하며 말씀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면서도 굉장히 대충 지나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에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회의감을 표시하는 의견을 들으며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무리 같은 주제라도 처음 참여하게 되는 누군가는 처음 듣는 주제일 수도 있으며 그리고 그 주제가 다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공감하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 점을 대충 넘기고 새로운 자극을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자 몰입한다면 본질을 상당히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 더군다나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천차만별이라 같은 주제라도 그날 모여서 이야기하면 분위기에 따라, 시간이 지나고 다시 첨가되거나 수정된 생각이라든가, 아니면 단순히 기분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분명 있다. 그래서 다시 반복하게 되면 상기하는 차원에서 뭔가 얻고 가는 통찰을 재학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간혹 행복이라던지, 인간관계라던지 비슷하면서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등장하노라면 몇 번 참가한 멤버들은 지루할 수도 있고 나는 매번 참가하며 진행했기에 오죽 들었겠는가? 하지만 그건 우리의 사정이고 말하는 이의 스토리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된다. 뼈대는 같아도 살이 달라 외형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그런 점을 볼 때 깨달은 점이 동일하더라도 되레 그때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 생겨나는 느낌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일기를 쓸 때도 같은 주제가 연이어 나온다거나 하루종일 그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새로운 자극 혹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고 애쓰는 것은 다르게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연 이어서 나오는 주제들은 다시 나오는 만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맨날 90도로 바라보다가 하루는 75도로 볼 수도 있는 것이며 120도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면 못 보던 게 보인다. 상자 앞 배경이 꽃이었다면 오늘은 꽃 쪽에서 바라보니 상자 앞에 지나가는 자동차가 보이는 것처럼.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이디어를 얻는다거나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는 것도 우리가 흔히 놓치는 지루한 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시사한다. 뚫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변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달리 보이면 그것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원효대사의 해골물의 긍정적인 방향이 될 법한 하루를 느낀다. 학습의 차원에서 연습이나 반복 이외에는 답이 없듯이 그만큼 우리가 매번 안고 있는 주제라면 계속 다룰 필요가 있다.

 

신선한 자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언제나 색다른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 하지만 현재 주어진 것을 달리 바라보는 진득함이 있다면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리가 흘러 듣는 노래가사처럼 흘러 생각하는 일상의 주제들은 무엇인가? 그 주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포인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낡아빠진 흔한 주제가 왜 그토록 머릿속에 남아도는지 되새긴다면 일상을 보다 쾌적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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