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육십 팔 번째
논문의 깔딱 고개를 넘으려는 중에 매주 라디오 녹화하러 간다. 논문 피드백 받으러 가기 전에 전날 밤을 새우고 다녀온 후 잠을 하루종일 자고 일어났다. 피곤하지만 어쩌랴? 넘어가려면 이 악물고 갈 수밖에. 가끔 녹화를 하러 가기 전에 시간을 미뤄서 하면 어떨까 지금 당장 알람 끄고 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간다. 들어가니 갑자기 대표님이 내 스튜디오로 오시더니 말씀을 건네셨다.
말씀의 요지는 또 다른 프로그램 한번 진행해 보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에?"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아이고 그럼 감사하죠" 조선왕조실록 내시에 비견될만한 과다 겸손표출로써 기회를 받아들였다. 다만 논문 쓰고 다음 달 졸업이니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하자 하셨다. 다만 라디오 초보 걸음마 진행자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하는 거지 뭐.
아무래도 가장 젊은 도시이기도 하고 취업과 이직 그리고 학업의 이유로 타지에서 이사 오는 청년들이 많아서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필요가 있었다. 다만 백 분 토론처럼 ""멱살 잡고 토론해 보겠"읍"니다!""가 아니라 그냥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언제나 아무 말 대잔치 프로그램이라 편히 진행하듯이 하면 될 거 같았다. 그래도 방송국에서 이쁘게 봐주시니 그 기대에 부흥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녹화는 20회를 맞이한 자축 소감을 해보며 지속성 예찬을 했는데 짧고 굵게 가는 게 전부인 줄 알았지만 가늘고 길게가 나한테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 또래가 파이어족을 선호하고 많은 이들의 입에서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 유행에 거꾸로 가는 듯 하지만 그걸 원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활동하는 분들을 보니 대게 열정적이고 재미나게 사시는 거 같아서 그렇게 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많이 돈 벌어서 노후를 편히 보내야겠단 생각에 나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노후를 편히 보내겠다는 해석이 어떻게 따지느냐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취미생활만 하고 편안히 하고 싶은 거 하고 산다는 이야기가 가끔 모임에서도 나오는 주제다. 현재가 힘들어 미래는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방향은 각자 맘이겠지만 평생직장은 희미해져가는 오늘날 그리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현대에 몇십 년 동안 취미 생활로만 살아간다는 것은 안 맞는 것 같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니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일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활동 그 너머와 그 이면을 바라봐야 한다. 스트레스받고 당장이라도 관두고 싶은 경제적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이 부여된 사회적 가치 그리고 삶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굉장히 큰 것이다.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따져서 하고 싶은 취미하고 산다는 것은 일에 대한 가치를 진지하게 숙고해보지 않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의 뇌피셜이지만 아니 그와 비슷한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루종일 바둑 두고 살 순 없다. 그리고 취미라는 것도 일과 분리될 순 없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이왕이면 취미 같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이며 그런 일을 나는 평생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만족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큰 가치를 가지며 노동의 신성함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적으로 취미와 노동으로 분류된 일상보다는 노동과 취미가 공존하는 삶이 몇십 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때로는 월요일처럼 (0) | 2024.05.12 |
---|---|
희망을 고문하다. (0) | 2024.05.11 |
과현미 (1) | 2024.05.09 |
일상 주제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1) | 2024.05.08 |
어쩌라고 (1) | 2024.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