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내 수공업. 무기력에 내던졌던 벽돌 틀을 다시 만져본다. 최근 어떻게든 벽돌을 하나 찍어내고 하나 쌓는 방식으로 일상을 보내오면서, 갑자기 찾아온 부질없음에 틀을 던져버렸다. 그러다가 떨어진 자리로 다시 가서 건져냈다. 아주 예전부터 고수해 오던 방식이 낙숫물로 바위 뚫기 혹은 티끌 모아 태산의 방식이었다. 나의 경우엔 벽돌을 상징화했던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공개일기 제목이 왜 벽돌이냐고 하시길래 답변드린 적이 있다.
다시 틀을 잡고 벽돌을 빚어내려고 한다. 젖어드는 것이 그만큼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환경이 세팅되어 있으면 그 환경에 벗어나는 시야나 생각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즉 물리적인 공간이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감정까지 뒤흔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사를 간 건 아니다. 그냥 다시 정돈했을 뿐. 지난 몇 주 간 개인 일기도 드문드문 쓰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마음을 정리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사려고 세팅하고 있다. 개인 일기를 다시 매일 쓰며 새로운 도전에 집중해 보는 일상을 살고자 한다. 조만간 미루기와의 전쟁 보고서 업데이트를 다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재정의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거나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겼고, 삶의 컨트롤 타워였던 개인 일기장도 거미줄을 치우게 되었다.
나처럼 심적인 어려움 안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다. 문득 유튜브를 멍 때리며 보다가 전혀 상관이 없지만 역사의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다시금 객관적인 태도로 나를 바라보는 작업이 떠올랐다. 기자가 누군가의 행적을 기록하듯이 자기 자신을 서술해 보는 작업을 추천해 본다.
예를들어 내 이름이 포텐조니, 일기장에 "포텐조는 오늘 감정이 좋지않아 침체되어 있는 듯했다. 그가 이야기하길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라는 식으로 자기 자신을 타인처럼 바라보며 적어보는 것이다.즉, 왜 내가 그러고 있는지 제삼자의 입장으로 써보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는 문제가 다시 그리 큰 문제가 아님을 자각하거나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