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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인문] 라이시테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사십번째

 

 

낭만의 나라 프랑스, 모든 이가 에펠탑 아래에서 사진 찍기를 갈망하며 아름다운 빛의 도시 파리로 몰려든다. 낭만의 이전엔 갈등이 있었고 갈등 이전에 선혈이 난무하는 폭력적인 혼란의 시대가 근현대 프랑스의 역사였다. 프랑스는 비종교적인 국가임에 틀림없다. 가톨릭 권력의 폭정을 참을 수 없었던 혁명가들은 종교를 악으로 여기며 초창기에는 정교분리가 아니라 인민의 아편이라 여기며 가톨릭을 박살내려 했다.

 

 

 

프랑스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만을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늘날의 유럽연합이 있기까지 서유럽은 지금은 그나마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예전만 같았어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우던 결투장이었다. 그나마 구심점 역할을 하던 건 몇몇 유력 가문과 교황청이었으며 교황청, 즉 가톨릭의 입김이 프랑스에 강렬히 불어었다. 다만 프랑스가 국왕 중심으로 굳어져 가면서 가톨릭은 쫓겨나던지 협력하던지 택해야만 했다. 결과는 후자였다.

 

다른 국가들은 사분오열하여 종교와 세속권력의 충돌이 비교적 강렬하지 않았지만 프랑스는 세속권력이 워낙 월등하다보니 일방적 두들김으로 가톨릭을 종속시킬 수 있었고 자신의 수족처럼 부렸다. 달리 말하면 향후에 있을 혁명에선 국왕 체제와 그와 같이 가는 가톨릭 권력이 필연적인 혁명의 적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혁명이후 그리고 나폴레옹과 다시 세계대전이후 굴곡진 프랑스는 민주주의로 정착하며 혁명주의자들의 정신을 본받아 묘한 분위기를 내뿜게 된다.

 

 

 

"라이시테" 프랑스의 세속주의를 의미한다. 라이시테는 철저히 정교분리를 추구하며 특히나 종교가 정치와 사회에 발을 들이는 것을 경계한다.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표현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쉽게 종교의 자유때문에 종교단체에 대한 개입을 할 수 없는 것을 프랑스는 세속권력이 훨씬 세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듯 사이비종교단체라고 국가에서 규정할 수 있다.

 

나는 라이시테로 가톨릭의 빈자리를 국가로 채워넣었다 생각한다. 세속주의와 정교분리는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라이시테 같은 경우는 비종교적인것을 추구한다는 이념에서, 정작 "비종교적"인 특성을 가진 또 하나의 종교를 만든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초가삼간까지 불태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라이시테는 되레 종교적 다양성이나 문화적 요소까지 생각한다면 급진적이다라고 판단 할 수밖에 없다. 재미난 건 프랑스는 손꼽히는 관광대국이자 소프트파워 강국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거기에 핵심축인 종교에 제동을 걸고 있는 국가이며 동시에 몽생미셸 수도원이나 노트르담 성당을 문화재로써 아주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