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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장래희망 고양이인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육십 일 번째

 

 

 

날씨가 무더웠다. 반팔 입고 나가서 놀아도 될 정도의 후덥지근함이었다. 주말이 짧게 느껴지는 것처럼 계절도 어째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하이패스 수준으로 온화한 계절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점심약속이 있어 잠깐 나갔다. 다른 대표님의 고된 일상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대학생이지만 호기롭게 창업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항상 잠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면 일은 재밌어요? 내가 물었다. "재밌긴 재밌는데 과정이 힘들어요 성취감은 있는데!". 프로답게 계속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안경이야기가 나왔다. 지인에게 좋은 안경을 선물해 주었다는 이야기에 "부르주아 타도! 죽창 들어야.."라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에 밤잠을 못 이룬 것에 대한 동병상련이 있었다. 그분은 일 때문에 잠을 못 잤고 나는 논문 벼락치기 하느라 잠을 못 잤다. 보면 볼수록  말라가시냐고 묻길래 최고의 다이어트라고 추천했다. 예전에는 가장 강추하는  마음고생 다이어트였다. 그런데 둘 다 닥쳐오니 거의 지방흡입 수준인가 보다. 

 

"저는 요즘에 다이어트 때문에 머리 아픈데 제가 운영하는 "폭식원"에 들어오시죠!" 순간 뭔가 했다. "아 단식원이 아니라?" 나는 아무렇지 않지만 누군가는 고민거리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도 말랐었는데 열심히 열심히 먹으려고 하다 보니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살이 좀 찌다가 다시 말라가고 있었다. 문득 밥 한 끼를 제대로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비효과인지 연쇄효과인지 밥을 안 먹으면 특히 아침이나 점심에 둘 다 끼니를 거르면 정말 신경이 예민해지고 일 때문에 혹은 집중할 일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못 먹는다. 우습게 보였던 한 끼를 귀찮다고 거르게 되면 하루종일 일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 조금 받을 일을 두배로 받는 이벤트도 생긴다. 그래서 뭐라도 먹고 다니는 것의 중요성을 알지만 안 먹히는 날이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캡슐하나로 포만감을 해결하는 그런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아무튼 잡담을 나누면서 점심을 같이 먹는데 식당에서 나오는 반찬이 시원찮았다. 메인 메뉴가 있어도 밑반찬이 너무 없었다. 김치도 없어서 너무 허전했다. 식당의 탓인지 아니면 고공행진하는 식자재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밥값이 헤어숍 머리비용이 되고 김밥이 만원 가까이 향해가는 것을 보면 지갑열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체감이 확 든다. 

 

귀가   방에 들어왔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지 않았지만 제목에서 풍겨오는 느긋함을 추정컨대 문득 방주인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얘는 걱정이라는 것을 하는 건지 표정이 똑같고 외출하거나 들어오더라도 그냥 똬리 튼 채 하루종일 주무신다. 츄르라는 짜 먹는 참치를 줄 때만 그동안 안 움직이면서 동력을 축적해 왔던 건지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것 같았다. 이때만을 기다렸다!

 

이것저것 하니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내 글을 다시 살펴보다가 이불 킥하는 포인트들이 많았다. 다시 읽어보면 곳곳에 문장이 길어지는 부분이 있다. 대게 "~하는 데, ~데"라고 글이 이어진다. 데데데데 투성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다시 글을 수정하곤 하지만 다시 보면 볼수록 또 며칠 후에 다시 보면 글의 부족한 점이 항상 보인다. 그냥 계속 쓰는 수밖에. 그런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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