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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환경 크래프팅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오십 팔 번째

 

 

 

 

방금 해외여행 부럽지 않은 휴식을 하고 왔다. 그 비법을 여러분에게 공개한다. 첫째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준비한다(될 수 있으면 얼음을 넣도록 하자), 둘째 pc와 연결된 스피커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비한 채로 유튜브로 물소리나 정원 또는 빗소리를 틀어놓는다. 셋째 피크닉 의자 같은 누울 수 있는 긴 의자나 아니면 침대를 휴식처로 삼는다. 넷째 드러눕는다!. 눈떠보니 10시 반을 넘어 급히 항공표를 끊고 귀국했다(?).

 

 

 

 

가끔은 필요이상으로 피곤이나 스트레스가 몰려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같은 일이여도 손에 안 잡히고 같은 말이여도 신경이 쓰이고 불쾌하다. 될놈될 법칙에 의하면 잘되면 한 없이 잘되지만 안되면 한없이 안 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런 날로 집안 피크닉을 좀 다녀와야 했다. 어릴 때 책상이든 의자든 옆에다 붙여놓고 이불로 덮으면 나만의 은신처나 아지트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유치한 애들 장난인 줄 알았지만 희한하게 몇 년 전 땡볕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실내에서 피크닉 의자에 누워 콜라 한잔 즐기니 처음 경험해 보는 환상을 느껴본지라 그 이후도 열심히 방문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때로는 부담감이 몰려 피로감마저 드는 일상에서 소진을 회복하는 것이고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 설정은 그에 맞게 기분마저 좋게 한다. 흔히 집에서 공부 안되는 작심삼일 스터디형은 나가서 카페나 독서실에서 해보라는 조언처럼 환경의 힘은 놀랍도록 압도적으로 강하다. 쓸데없는 고집으로 내 안에 의지로 바꾸려 했던 지난 몇 년 간이 반나절의 활동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체험한다면 그 말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의 능률을 위해서 장소를 변경하거나 인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그간 도움 안되었던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환기하듯이 기분도 환기할 수 있게 되는데 흔히 그 자리에서 다투거나 언쟁을 하게 되면 분노를 쏟아내기 일보직전이지만 잠시 자리를 피해 밖에서 공기를 들이마시며 안정을 찾는 것도 일방적으로 환경에 구속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환경이라 해서 맹모삼천지교처럼 물리적 공간 그 자체를 바꾸거나 문화적, 정신적인 공간까지를 환경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사를 가거나 학교를 옮기거나 이직을 하거나는 우리 일상에서 밥먹듯이 바뀌는 경우는 또 아닌 평생 몇 번 할까 말까인 경우이기 때문에 그건 논외로 한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환경의 압도적인 힘이 가령 내가 마주치는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불가역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교집합도 많고 부분도 많은 추상적인 합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체는 아니어도 일부는 내가 해볼 만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힘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그 무언가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참 기운 빠지는 일이고 뼈 빠지게 내가 의지를 갖고 노력해 봤자 환경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만 나온다.

 

결국 그 무엇이든 우리가 스스로 나아가는 걸음 앞에서 부담감을 최소한 내려놓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작은 쉘터든 휴식처든 쉴만한 시간과 공간으로 부를만한 것을 자기 방에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포스터를 걸어둔다던지 체크리스트를 왕따시만 한 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는 것도 자기만의 환경설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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