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오백 구십 사 번째
잠을 자고 기상하고 출근하고 야단맞고 퇴근하고 나면 6시가 되는 일상. 다가오는 하루들도 유사하거나 똑같으리라 예상한다. 사람들은 현재의 패턴이 무엇인가를 자각하기 전까지 둔감하거나 아예 모른 채로 하루를 보내고 오늘을 보내고 지금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흐르는 시간의 모든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삶에 방관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다.
그런데, 타성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타성. 타성에 젖어 계속 같은 행동을 한다거나 변할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기보다 이 부분은 좀 더 일상 전반에 관한 관점이랄까 싶다. 습관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보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특정행동의 반복이 이어지는 현상을 말하지만, 타성에 젖은 일상은 그런 습관들과 의식과 무의식이 만들어낸 총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심리치료에서는 민감하고 불안한 내담자들에게 둔감화를 연습시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익숙함은 그래서 위에 서술했듯 축복이며, 마치 내적으로 나쁜 세균을 막아주는 백혈구? 면역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5초 룰를 지키든 안 지키든 땅에 떨어진 것을 얼른 주어 먹어도(에이..지지) 병에 안 걸리듯이 심리적 둔감화 혹은 일반적인 타성에 젖은 일상은 편안함을 선사해 준다.
그런데 스스로 일상에 불만족을 느끼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기면 당연히 타성과 상충된다. 저항을 이겨내기가 저항의 힘만큼 어렵고, 기울어진 무언가처럼 에너지와 시간이 한쪽으로 쏠려있다. 항상 뜨거운 감자처럼 고민 중 하나는 아예 싹 다 뜯어고칠 것이냐? 아니면 조금씩 개선해 나갈 것이냐? 일 텐데 그것에 앞서 더 중요한 건 쏠린 쪽에 무게를 더 이상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적어도 거기 가서 목마 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는 데 당신이 그쪽에 가서 놀고 있으며 무게 추는 당연히 또 쏠리고 만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저기 반대쪽이라면 그쪽으로 무게를 실어줄 필요가 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부정보다 긍정에 초점을 맞춰라"라는 이야기처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신경 써서 줄이려 하기보다는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신경 쓰는 편이 낫다. 말장난이 아니라 부정에 초점을 맞추면 하지 않기 위해서 오만가지를 신경 써야 하지만, 할 것에만 집중하면 그것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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