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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인문]악인 스토리 : 스트로에스네르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오백 구십 오 번째

 

 

한 달에 한 번씩 짚고 가는 악인들을 소개하는 시간. 오늘의 후보가 오르기까지 머릿 속 경선이 치루어졌다. 남미의 독재자라고 하면 칠레의 피노체트가 거의 스테레오 타입처럼 생각이 나는 편이다. 하지만 서치 하다 리더로서 개발독재로 미화하는 작은 명분이라도 있을 테지만 그것조차 감당하지 못할 역사의 범죄자를 풀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파라과이의 42대 대통령 알프레드 스트로에스네르다.

 

 

흔한 독재자들의 집권과정처럼 스트로에스네르도 훈타정부, 즉 군사쿠데타를 통해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이때 당시가 1954년이었고 약 35년간 파라과이는 스트로에스네르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다. 전 세계가 냉전인 마당인지라 특히나 남미는 먼로 독트린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않은 세상이었고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었다. 미국은 자기들의 편이기만 한다면 그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미주의 정권이 들어선다거나 최소 사회주의 노선이라 한다면 눈에 불을 켜고 경계하고, 아니다 싶으면 칠레처럼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흑역사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 싸움에 앞서, 자기 편인 국가들이 어떤 정부의 형태든 간에, 심지어 독재를 하고 사람을 죽이며 마약을 유통해도 내버려 두거나 부추기곤 했다(암묵적인 전략으로, 한 나라가 타국을 포섭할 때 독재국가라면 독재자 한명이 요구하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만 치르면 되지만 민주정으로 굴러가면 머리가 복잡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스트로에스네르가 35년간 장기집권을 하게 된 배경도 친미 정권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전 베를린 함락하고 도망쳐 온 나치 관계자들을 받아들이는 데도 나름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이다. 부당한 정권의 정당성과 명분의 결핍을 흔히 개발독재나 대내외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가시물들을 내세우는데 스트로에스네르는 세계최대의 댐인 이타이푸 댐 건설을 밀어붙였고 1984처럼 국민을 감시하고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부정부패에 힘 쓴다.

 

하지만 가장 악명 높았던 것은 스트로에스네르가 연쇄강간범이었다는 사실이다. 농촌에서 어린 소녀들이나 여성들을 납치해 와 자신의 변태적인 욕망을 35년간 채워왔음이 밝혀졌다. 왕처럼 첩들을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납치와 세뇌 그리고 이어지는 강간, 맘에 안 들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빼도 박도 못할 역사의 범죄자로 남게 되었다. 부하 군인들에게 축출된 후에도 뻔뻔하게 반성을 안 하고 망명하다 94세로 죽었다. 리더의 자리를 더럽힌 역사의 반면교사로 남을 인간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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