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 퍼진 하루. 오늘도 침대에 누워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듯이 시럽을 가득 넣은 미숫가루를 타서 바로 마셔버린다. 힘이 조금씩 올라온다. 그래도 누워있다. 아무튼 대자로 누운 오늘 하루는 별 이슈는 없었다.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란 게 얄밉게도 일이 있을 때는 권태로움을 원하지만, 일이 하나도 없을 때는 또 자극이나 이벤트를 원한다.
갓생. 내 또래들은 갓생들을 산다. 정말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단 나인투식스는 기본으로 퇴근 후에 본인의 삶을 가꾸어나가는데 전심전력으로 임한다.약속이 없으면 만들려고 하고 사람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도 빠짐없이 하면서 본인의 일상을 마치고 다시 잠을 청하는 다른 사람들. 뭔가 부럽다. 그런데뭔가안쓰럽기도하다.처음그게왜안쓰러운 건지 몰랐었다.
그러다가 오늘, 감기 걸려서 퍼진 계란찜(?)처럼 있다가 그 안쓰러움이란 게 "여유"가 가져다주는 통찰이 없을 수도 있단 생각으로 이어졌다. 물론 나는 그런 여유를 너무 많이 느껴 권태로움과 공허함을 느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달리다 보니 야밤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현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 잠시 비우거나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란 상상.
중요한 건 어떤 경우에도 다 실익이 있는 것 같다. 나 같이 감기 말고도 평소에도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은 그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거나, 남들이 터치하지 않는 하루를 개척해 나갈 수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경제적 활동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장단점, 반대로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돈도 계속 모아가면서 야근도 간간히 하지만 그래도 퇴근 후 본인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하지만 그 자체의 고정된 삶에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는 장단점.
권태로움과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일이 없어서 혹은 체계적인 일상이 없어서 집중할 무언가가 부재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일과 요구에 의해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커진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설령 일이 있어 행복한 것보다는 일이 너무 많아 끝나고 남는 시간에도 일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 내지는 계속 손에 무언가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