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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에세이]밧줄은 풀었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오백 팔십 칠 번째

 

 

항구에 수많은 배들이 밧줄로 묶여있다. 어떤 배는 방금 나갔다 들어온 배가 있는 가 하면, 어떤 배는 단 한번 도 나가지 못한 채 묶여만 있는 배도 있다. 그 배가 바로 나다. 그런데 요 근래 밧줄을 살포시 풀고 등대 근처까지만 나아가서 놀고 있던 중이였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가보면서 오늘 기준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올 한 해 계획한 일이 바로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작해 보는 것이였다. 모임과는 별개로 아예 새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프로그램을 해보며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몇 주전 첫 항해를 할 때 주변 멤버들 혹은 지인들에게 참여할 사람이 혹시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감사히도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프로그램을 홍보해 주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혹은 부담스러워서인지 거절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생각보다(정말 한 사람도 안 올 줄 알고 걱정했는데)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속 있으셨고 덕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힘이 났다. 솔직히 말해 "다른 뛰어난 사람들도 많지만 내가 뭐라고 남들 앞에 서서 진행을 하고 강연을 하고 프로그램을 하겠는가?"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밧줄을 풀어버린 것은 나의 색깔과 강점과 서사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첫 회를 잘 마무리했다.

 

 

 

모임 하고는 확실히 다른 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모임장의 신분으론 모임이라는 시간과 공간이 익숙하기 때문에 별로 어색하지 않았지만 생판 모르는 남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고 프로그램을 풀어내는 작업은 상당히 당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홀로서기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 일일이 내가 다 준비하고 처음과 끝까지 지친 기색 없이 사람들에게 무언가 얻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되게 끔 만들어야 했다.

 

아무튼 밧줄은 풀었고 그리 멀리 나가지도 않고 등대 근처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에서 이리저리 배를 이동시키고 있다. 모든 초반은 어색하고 힘들지만,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말로 처음 내가 새벽에 모임을 활성화시키고 그 주에 나를 포함한 남자 3명이서 이야기를 나눌 때 지금의 모임이 되기까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처럼 나의 커리어도 어디까지 어떻게 나아갈지는 예측불가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