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칠십번째
잔 다르크가 죽은 후 그녀의 이름은 전설로 남게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소녀가 보여준 이 놀라운 역사의 흐름과 행보는 보통 사람이 마음먹고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였음이 분명하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우리의 역사로 예를 들어 임진왜란에 갑자기 나타난 한 소녀가 천지신명의 명을 받들었다며 국왕 선조를 만나고 그에게 조선군 총사령관 직을 수여받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는가?
그래서 많은 호사가들과 몇몇 역사학자들도 의심과 의심에 꼬리를 물고 잔 다르크라는 영웅의 존재를 탐색했다. 그녀에 관한 이렇다 저렇다할 이야기가 많은 데, 대표적으로 그녀가 샤를 왕세자와 프랑스 지도부 쪽에서 만들어낸 마스코트 혹은 치어리더라는 설이 있다. 그리고 잔 다르크가 한 명이 아니라, 격렬한 전투에서 가녀린 소녀가 살아남기란 힘들기 때문에 이름만 돌려쓰고 다른 여성들을 계속 앉혔다는 이야기등이 있다.
두 가설 모두 현실적으로 가능한 추정으로 의의가 있으나 이런 조작설은 당시 모두의 입단속이 가능할리가 없었다. 만약 이게 조작으로 밝혀지만 가뜩이나 사기를 기어가는 프랑스군이 더더욱 의욕을 잃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굳이 이런 리스크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샤를 왕세자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들었고 프랑스군이 승리하리란 예언을 받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았고 직접적이었을 것이다(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잘도 써먹었다). 심지어 잔 다르크에게 초창기에 반기를 들던 영주나 기사들도 그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떨어진 어린 사령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건지 관련 기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 도대체 그녀는 정말 신의 계시를 받고 신의 사자를 봤던 것인가? 그래서 그런 기적을 행한 것인가?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것도 잔 다르크 내면에서 일어난 일이고 잔 다르크만이 본 현상이다. 달리 말하면 잔 다르크가 아무 배경도 없이 왕세자를 찾아간 기록은 현실적인 설명을 뛰어넘는 주관적인 신념에 근거해 그녀의 존재와 행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옆으로 조금 새자면, 내가 좋아하는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자신의 철학에서 "믿음의 도약"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이 뜻은 현재 혹은 자기 자신의 마음 가짐으로 불신을 건너기 위해, 믿음의 결단 혹은 과감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특정 종교나 종교적인 메시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 무엇이 되었든 잔 다르크가 맞이한 신의 계시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혹은 당시 암울한 프랑스의 현실이 그녀를 새로이 변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결국 그녀가 그렇게 마음을 먹고 과감하게 행보를 보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를 해 나간 것은 달리 말하면 보통 생각과 마음, 보편적인 사고방식으로 해 낼수는 없었을 것이란 의미도 된다. 그러나 그녀는 도약 했고 그 도약으로 말미암아 자기 자신이 믿었던 것을 보게 되었다. 마침내 하늘의 별이 되어 프랑스의 영원한 성웅이 되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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