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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에세이] 집에서 할 게 없어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육십 이 번째

 

 

 

집에 있으면 여러분은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시는 가? 예전에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훌러덩훌러덩 하면서 가방과 외투를 벗어던지고 새로 나온 게임을 하려고 5G보다 빠른 귀가를 했었다. 한동안 하루 종일 하면서 엔딩을 찍고 나서야 정열적인 스케줄이 마무리 되었었다. 그리고 찾아오는 깊은 공허함. 호기심과 재미와 몰입에 한꺼번에 샘솟아 일상의 지루한 시간을 잠깐 망각했지만 계속되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무얼 하냐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휴식이나 티비 보기, 뒹굴뒹굴, 요리하기 등등을 한다 하는 데 나의 경우엔 휴식은 너무 취해서 오히려 머리가 아플 지경이고 티비나 넷플릭스는 손이 안 가고 노트북 앞에서 멍만 때릴 뿐이다. 그러다가 뉴스를 보거나 구글링을 한다 해도 1시간 이내로 모든 상황이 종결된다. 나머지 시간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문득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떠올랐다.

 

일반인과의 삶과 크게 차이가 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시간을 잘 보낸다. 여기서 아무것도 없음이란 세속적인 취미를 말한다. 대신 묵상하고 기도하고 경전을 읽으며 하루의 루틴대로 생활하고, 필사를 한다던지 등의 활동으로 하루를 채운다. 이러한 생활을 일반인이 집안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입을 한다면? 원론적으로 책을 읽는다거나, 공부를 한다거나와 비슷한 느낌이 떠오를 순 있으나,

 

 

 

자극의 바다가 넘쳐나는 일반인의 하루에서, 집은 조용한 공간이자 주변 사람들과의 물리적 접촉이 끊기는 곳이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1인가구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집에서의 단절은 누군가에게는 결코 참을 수 없는 답답함으로 이어지니, 어떻게든 외부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취미에 취미를 얹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데 이들은 집을 단순히 잠만 자는 곳으로 이용한다.

 

나의 경우엔, 따분하고 지루한 경우도 있지만 대게 일기를 오래 쓴다던지, 아주 간간히 독서를 한다던지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와 관련된 논리를 가장한 갬성적인(?) 서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루 종일 기도만 하는 에티오피아, 그리스 정교회 은수자들 같은 경우처럼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지만 그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루틴을 만든 것과 같이 이 또한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활동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계속할 수 있게끔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