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삼 번째

예전 글에서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나의 문화적 주관성을 담은 글을 올려봤는데 이번에는 중국에 대해 나의 아무 말 대잔치를 써보고자 한다. 일본은 천황을 빼놓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듯이 중국은 대륙을 한데 묶었던 황제와 중화사상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한중일 삼국 간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항상 자주 바뀌어 왔었다.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는 와중에 중국의 태도가 왜 그러한지 근본적으로 그 기원부터 파고들어 가보면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쉬울 것이다.

중국 신화에서의 "황제"(발명과 창조의 신)와 실제 지도자로서의 "황제"는 단어가 다르다. 전자는 黃(누를 황)이고 후자는 皇(임금 황)이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호칭을 처음 썼던 진시황제는 발음이 똑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호칭의 기준이 되는 제(帝)란 단어가 신적 지도자를 의미했다. 여기에 더해 기존 신화적 존재인 황제(黃帝)의 단어에 영감을 받아 정치적 지도자인 임금 황(皇)과 합쳐 정치적, 사상적인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호칭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라벨링 작업만 했다면 지금까지 진시황은 중국사의 수많은 건국 군주중 한명으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호칭에 걸맞게 중국 통일을 첫 번째로 이뤄놓은 상태였고 거대한 기획안에 대륙을 한 데로 묶을 사업을 진행했다. 고대시대는 어디까지나 현대 윤리와 어긋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는 대륙을 통치하는데 혹독하고 엄격한 법의 집행과 함께 국가의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업적이 있다.
애초에 China라는 단어는 중국의 진나라에서 따온 만큼 진시황의 업적은 그를 통일 중국의 아버지라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다만 체계상의 통일로써 급진적이고 혹독하게 이루어졌기에 그의 죽음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초한전이 시작되었다. 초의 항우를 꺾은 한의 유방은 공자의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진나라의 법가를 대대적으로 수정 보완하게 된다. 쉽게 생각해 보면 중국이라는 컴퓨터 본체 하드웨어는 진시황이 만들었고 소프트웨어는 한고조 유방이 만들게 된 셈이다.

유교적 통치가 드넓은 대륙의 구성원들을 서서히 한족(중화민족)이라는 단일 정체성으로 한데 묶기 시작한다. 유교 이데올로기는 진시황 사후 3년 만에 분열되었던 전자의 법가 통치보다 유연하며 부드러웠고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미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사상이라 볼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유교적 개념은 오늘날 케케묵은 악습과 꼰대 마인드라 생각하기 쉽지만 고대와 중세사회에서의 유교는, 춘추전국시대의 피비린내나는 경험들의 교훈 그리고 땅도 넓겠다 서로 등뒤에 칼 꽂기가 일상이었던 동아시아에서는 굉장히 세련된 사상이라 볼 수 있다.
시대적 한계라고 볼 수 있지만 유교의 핵심은 구성원 간의 상호소통과 각자의 위치에 맞게 살아가라는 지침이었다. 이를 확대하면 다른 국가와 중국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간편한 사상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한족은 언제나 자기네가 짱이며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다. 신하국 혹은 오랑캐로 인식되던 주변 국가들은 그에 맞게 자기들에게 군주와 신하가 그러하듯 굽히고 따르기를 원했다.
군주는 군주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신분과 계층에 따른 개념을 넘어 사회 커뮤니케이션적으로도 유교의 역할은 당시로선 그 드넓은 영역을 통치하고, 사회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시대적 필요에 따라 수많은 사상들이 중국 역사 속에 등장했지만 유교는 통치자에게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고 그 아래의 구성원들도 생존을 넘어 서로 간의 위치 보장과 관계형성에 있어 나름대로 순기능을 해왔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 황제와 유교의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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