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사십 구 번째

바쁘다. 뭐가 그리 바쁠까? 아무튼 바쁘다. 일상에서 해야 할 일과 처리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또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온갖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다. 일하는 도중 딴짓 한번 부려보고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까 검색을 해본다. 온갖 여행지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고 어느새 나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전화가 오고 전화를 받으며 비행기표를 보며 또 문서작업까지 하는 나는 말 그대로 몸이 2개라도 모자라다.

현대인의 삶은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한 삶이다. 매 시간 매 분 매 초로 나뉜 하루 속에서 예전 같으면 걸어가고 오고 가는데만 반나절은 소요됐을 시간이지만 혁명적인 교통수단으로 몇 분 만에 해당장소로 도착해 있다. 시간이 효율화되면서 삶의 여유도 그만큼 늘어나야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오히려 더하며 더했지, 온갖 일에 파묻혀 살게 되고 이전의 아날로그 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몇 배 몇십 배의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일이 많아지고 또 할 것도 많아지고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시점에서 기호와 취향의 선택지도 비례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생활이 이미 당연하고 능숙해졌다고 판단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를 하거나 카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와도 노트북을 들고 가서 작업을 하는 등. 각자 "집중이 잘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 정도 혹은 분위기를 환기하는 차원에서는 몰라도 아쉽지만 인간은 멀티태스킹 능력에 한계가 있다. 도널드 브로드벤트라는 영국 공군 조종사 출신의 심리학자는 주의와 집중에 관심이 있었다. 그가 2차 대전을 경험하면서 여러 개의 조종장치와 계기판이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을 시험하고 있었음을 체험하고 지켜본 것이었다. 제대하고 그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의 주의능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항공관제사들을 대상으로 구름 위의 발신자로부터 여러 정보들을 받는 과정과 그리고 정보들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하는 실험에서 "선택적 주의"라는 개념을 구체화했다. 여러 정보가 쏟아지면 결국 Y자 모양대로 처리가 되는 데 여기서 병목현상이 발생하여 자기만의 필터링으로 수많은 정보를 걸러낸다는 것이다. 피험자들이 여러 정보가 헤드폰으로 들려오고 다시 재현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모두를 재현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필터 모델은 계속 발전하여 예를 들어 초창기에는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면 방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를 걸러낼 것이라 판단했었지만 친숙한 정보나 소리가 들리면 반응하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이 필터링에 정보를 받아들이는 포인트는 자극에 대해 중요도를 매기고 친숙한 것은 받아들이고 친숙하지 않은 것은 걸러낸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의 연구는 향후 산업분야에 더 나아가 인공지능 연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생각해 보자. 다다익선이 될 수 없는 점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어 왔고 다만 그게 일상 중 여러 파편으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을 하면 업무효율이 결과적으로 여러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기대에 이것저것 해보지만 자극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례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차 안에 장착되었던 모니터로 영상 시청을 규제하는 것도 인간의 주의집중 능력의 한계로 인해 교통안전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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