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사십 칠 번째

참 희한하다. 생각이라는 녀석은 정말 신출귀몰하다. 몇 분 전에는 그리도 괴롭히더니 이제는 그렇게 상냥하게 다가온다. 따분한 방 안에서 기지개를 켜고 앞에 있는 책을 보니 일단 더워서 마이너스 점수다. 몸이 찌뿌둥해서 마이너스 점수다. 갑자기 좋지 않은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 마이너스다. 일단 기분의 총계는 마이너스 점수다. 이내 책을 덮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그냥 다시 잠이나 자자라고 결론을 내릴 때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피어나다가 지기를 반복한다. 서로 반대되는 생각이 충돌해 보이지 않는 전쟁터를 만들기도 한다. 기분이 나빠질 때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살펴보면 평소에 당연시되었던 생각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의식하고 머릿속을 뒤져보니 이 지독한 녀석이 배후에서 전쟁터를 만들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가? 매일매일이 행복한가? 아니면 매일매일이 우울한가? 어느새 암울한 채 기력이 없어 축 쳐질 때가 많다. 기쁠 때는 하염없이 기쁘고 어깨가 의기양양한 경우가 생긴다. 마음이 고양되어 뭐든 잘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감정들은 시시각각 달라지기도 하고 그대로 하루의 평가로 단정 짓게끔 계속 끌고 가기도 한다.
자! 지금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든 현재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서 생각을 바꿔본다면? 이전에 나는 생각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라고 인지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황에 맞게 생각이 일어난다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되자 신세계가 열렸다고 해야 하나? 물론 이전부터 사람은 마음먹기 달려있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그런 주장은 낡은 훈수라며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려운 나날 동안 생각을 고쳐먹고자 의식적으로 어떤 생각에 대해 의심을 가져보았다. "지금 떠오른 생각이 정말 타당한가?"그렇게 따지고 보니 근거는 참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단서로 일반화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느새 다른 주장이 머릿속에서 제기되었고 몇 분 전의 혹은 평소 그 생각을 가졌을 때와 비교해 보면 감정적으로 완화된 느낌을 받았다. 낡아빠진 교훈이 나를 참교육하던 날이었다.
물론 지금도 쉽지 않다. 감정의 파도가 몰려 닥치면 모래 같은 멘탈은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기 일쑤다. 하지만 다시 모래멘탈을 일으켜 세울 수는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성격? 그대로다. 여전히 내성적이다. 상황? 여전하다 똑같다. 달라진 건 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달라진 나의 생각에 일말의 희망이 생겼고 일말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과거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져 어느새 굳어져버려 어느새 진실이 되었다.
평소에 다들 수많은 생각을 많이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책을 덮으려는 찰나 이건 아니다 싶었던 나는 정신을 차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본다.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왜 나를 그렇게 유심히 쳐다보지?", "변태인가? 뭐야" 온갖 생각이 들며 당황해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옷에 뭐가 묻었나?"하고 부끄러워하며 급히 지나가려 할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잘 차려입었더니 좀 간지 나나 보네"라고 의기양양할 수 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당신이 그대로 생각하는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또, 누군가가 무엇을 생각하는 것에 당신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달라진 건 없다. 오직 당신 내면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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