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구십 구번째
*당일 항공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의 빠른 회복과 안정을 기원합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뉴스를 틀어놓으면 요즘에는 도무지 버티질 못할 정도로 기분 나쁘고 혼란스러운 소식들만 가득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추운 날씨처럼 우리 사회도 꽁꽁 얼어붙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요즘 들어 기분이 안좋은 이유중 하나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형사고까지. 보는 이도 힘들어 죽겠는데 일선에서 혹은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접한 사람들의 멘탈은 과연 어떠할지 우려스럽다.
한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인간 스스로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들이 있기 마련이다. 마치 우리는 그것을 통제 한다 착각해도 철저히 운의 영역이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은 우리 삶에 가득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은 자기가 신경쓸 수 있는 것에만 신경쓰고 통제 불가능한 것들을 매일매일 끙끙 앓아가며 살아가진 않는다. 그런 것들은 과거엔 종교적인 것이나 초월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PTSD란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아 나 PTSD 올거 같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짜 PTSD는 어쩌면 정작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아주 무겁고 힘든 질병이다. 단어가 뭔가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외상후?" 이 말은 통제 불가능한 사고나 천재지변, 전쟁, 대처하기 압도적으로 어려운 일상사건에 대한 것으로 그 사건을 경험함으로써 자기 한계를 맞닥뜨리고 말그대로 멘붕이 와버린 것을 PTSD라고 한다.
유가족들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상담을 진행한 사례를 보면, 모든게 무너진 심정과 오열의 연속에서도 결국 이겨내고 극복하려는 모습속에서 인간의 회복탄력성과 희망을 발견한다. 내 가족 중 누가, 내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가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 것은 입술이 갈라지고 식음을 전폐하고 말 그대로 살아갈 미래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돌아가신 분들께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위로와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그들에게 "빨리 정신차리고 이겨내세요"하는 어리석은 짓은 오히려 화만 돋구듯이 보이지 않는 상처라고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삶을 재편하고 재구성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삶을 이어나가면서, 본인들이 희망의 등불이 되어준다면 우리 모두는 보다 회복탄력성에 강해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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