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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기 벽돌시리즈

흰곰 대신 갈색곰을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사십 번째

 

 

 

인간의 심리는 요망하다. 순순히 인간의 의지에 따라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약간 법정에 선듯한 느낌으로 그들은 그들만의 주장을 전개하고 나는 내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자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언행이 나타난다. 어떤 결정적인 원인 때문에 본인 의지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단정짓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데 결국 인간의 뇌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와 환경의 산물이니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용할지가 더 중요하다.

 

 

 

 

웨그너는 87년에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흰곰을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라고 지시하며 시간이 지나 흰곰이 생각나면 앞에 있는 종을 치라는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받은 쪽이 종을 더 많이 치게 되었다. 상식적으론 생각하라는 쪽이 더 많이 떠오르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오히려 생각하지 말라라고 던진 메시지에 더 강하게 자극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실험은 여타 다른 심리학적 연구와 같이 연동되어 많은 시사점을 안겨다 주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스트라이샌드 효과라고 정보를 은폐하거나 삭제하려 한다면 도리어 더 많은 집중과 관심을 받는 것도 흰곰 효과와 같은 맥락이다. 병리적인 영역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확실한 부분은 강박장애에 있다. 환자들은 강박장애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벗어나고자 해도 계속 침습적으로 몰려드는 강박사고에 계속 시달린다.

 

안 그래도 벗어나고 싶은데 "아 이런 생각은 안돼", "그런 생각은 나빠 떠올리지 말자 훌훌 털어버리자"라고 해도 도리어 생각은 계속 연달아 떠오르는데 일상속 불면증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큰 틀에서 보면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하며 생각을 통제한다 치면 언제나 의지대신 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계속 이기는 것은 이 모든 사고억제효과 덕분이다. 

 

 

 

 

티비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판세에 의견들을 나누는데 전략적 차원에서 큰 실수를 했다며 핑크 코끼리에 대한 키워드를 꺼냈다. 아무래도 다른 서적에서 본듯한데 정확히 말하면 위의 백곰효과를 말할려고 했던 것 같다. 여하튼 나도 불안장애를 겪어보면서 느꼈지만 사고억제와 싸워서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려고 해도 계속 불안했고 벌벌 떨었고 계속 후회하거나 수치심을 느꼈다.

 

사고억제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다른 방법도 있음을, 즉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단순히 사고만 억누른다고 해서 될 일이면 이 모든 문제점들이 없었을 테지만 도리어 붙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풍선이나 젤리처럼 이 생각이라는 놈은 굉장히 요리조리 잘 피해나가며 괴롭힌다. 그렇기에 억제와의 싸움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사고를 유리한 방향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 게 선빵필승... 아니 필승의 핵심이다.

 

그런 생각이 나온다면 당연히 힘들지만 그냥 흘려보내고 다른 활동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다른 생각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게 더 이롭다. 웃긴 것은 집착하는 악플러처럼 계속 괴롭히는데 시간이 흐르고 관심을 던져주지 않으면 자기도 슬슬 자리를 뺀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이 인내의 시간 동안 참을 수가 없어 한번 콕 찔러주면 생각은 이때다 싶어 다시 들불처럼 달아올라 괴롭힌다는 점에서 그냥 이 녀석을 인정하되 나는 내 갈길 간다, 아니면 또 다른 생산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이 극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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