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이십 칠 번째

동서양 철학사에서 여러 생각이 공존하는 것만큼 아주 독특한 인물들이 많다. 그중 기원전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 삶을 살아갔고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실천했다. 견유학파의 "디오게네스"를 말한다. 비슷한 사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묶어 분류하기 쉽게 대게 "스토아학파", "스콜라 철학"등등으로 이야기하는데 견유학파는 어떻게 보면 철학자들의 철학자인지 아니면 "야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여기서 견유학파는 견이 그 개가 맞다. 왈왈 멍멍이가 맞다. 유까지 풀면 견유란 개의 선비들이란 뜻인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번역을 한다. 흔히 아는 "시니컬"하다의 어원인 개를 뜻하는 키니코스 학파로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그들의 사상이 인상 깊다. 디오게네스는 정말 멍멍이처럼 살았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그곳을 집으로 정하고 하늘이 마치 이불인 것마냥 살았으며 구걸하며 하루하루 연명해 갔다.
노숙자들의 삶이 힘들지만 기꺼이 디오게네스는 그렇게 살아가고자 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보았다. 실제로 진짜 미친 것 같긴 할 정도로 정말 독특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조건과 인간이 부여한 환경을 벗어나 자유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인간 그 자체로 살기를 원했다. 평생을 구걸하며 살아갔으나 그의 독특한 행동에 감명받은 그리스 사람들은 그의 제자로 들어가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조건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먹고는 살아가야 하기에 과외를 했다 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경제 활동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오늘 먹을 만큼만 그는 원했다. 플라톤에게도 구걸을 하자 풍족한 양을 보냈는데 오히려 디오게네스는 당신은 2+2를 말하면 20으로 대답하나?라는 뻔뻔함까지 보인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이 그가 궁금해서 직접 찾아왔다는 일화도 있다. 그래서 그에 앞까지 찾아와서 무엇을 원하는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햇빛 가리니 좀 비켜주쇼" 옆에 있던 부하들이 그를 죽이고자 했지만 알렉산더는 말리면서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처럼 살았을 것"이라 극찬을 했다. 어떻게 보면 목숨줄 달린 왕중왕에게도 뻔뻔함을 보인 그는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생각해 보자. 디오게네스처럼 저런 사유를 하며 저런 실천을 하기 위한 뚝심과 구걸 생활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가 유명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당장 굶어 죽는 사람들은 저렇게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시 디오게네스는 그에게 독특한 사상을 배우고자 했던 그리스인들이 많았고 플라톤도 그를 알고 있었고 방금 말한 알렉산더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의 명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디오게네스는 음식을 준 플라톤과 알렉산더에게 건방진 태도를 보였고 다른 이들을 어쩌면 함부로 대한 것과 광장에서 자위행위를 하며 성욕을 해소했던 것도 모두 그의 유명함이 바탕이 되어 가능했던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평범한 소시민이었다면 자유롭게 살아가는 철학인 그 이전에 이미 동네깡패에게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플라톤이니 알렉산더니 뭐니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독자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던 것도 아니다. 그의 스승인 안티스테네스를 따라 배우고자 했고 안티스테네스도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다. 어쩌면 비판적으로 본다면 초월한 자유인을 컨셉으로 한 위선적인 상류층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오게네스는 자기가 몸소 생각했던 바를 그대로 실천하고 위선적인 상류층일 수 있다는 시선이 맞다 한 들 모든 이들에게 뻔뻔하게, 목숨줄 달린 알렉산더에게 햇빛 가리지 말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진정한 철학자라고 평해볼 수 있다. 그의 삶과 사상을 비추어 보면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평생 동안 우직하게 걸어가 자기만의 컨셉을 세운 것이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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